하남시와 제주도. 2007년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후 실제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된 곳이다. 두 곳 모두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지출, 수개월의 행정공백, 주민 갈등이라는 후유증을 겪었다.

주민소환제의 도입으로 지자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와 선심행정, 예산낭비, 그리고 지방의회의 비효율적, 비합리적 운영 등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돼 민주주위가 신장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는 사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심지어는 허위의 사유로도 주민소환투표청구가 가능하게 되는 등 누구나 서명 인원만 확보한다면 청구사유를 불문하고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국책사업, 공익사업, 혐오시설 유치 등 행정권한 전반에 걸쳐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주민과 선출직 지방공직자간의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법 개정이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안경률 의원(한나라당, 부산 해운대·기장을) 등 10인은 지난 19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주민소환을 제한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안 의원은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 중 자유위임에 기초한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극히 예외적이고 엄격한 경우에 한해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제한해 대의제 원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등 지방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소환투표의 청구 불가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의원이 국가의 정책사업을 수행한 때, 임기전의 활동과 관련한 사유로 청구되는 때, 그 밖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때에는 주민소환투표청구를 할 수 없도록 구체적으로 제한한다.


CNB국회방송 류정곤 기자

류정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