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시가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대비, 연수구 대로변에 설치한 꽃탑과 가로등 화분이 8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도시축전이 끝난 뒤 관리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연수구 선학사거리 한 복판 안전지대. 지난해 6월 설치된 꽃탑이 뼈대만 남은 채 서 있었다. 이 탑은 처음 지상 4~5m 높이의 뼈대에 생화(生花)가 빽빽히 꽂혀져 도시축전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세워졌다.

하지만 이날 가서보니 생화는 온데간데 없고 바닥엔 생화가 시들고 난 뒤 대신 꽂은 조화 몇 송이만 나뒹굴고 있었다. 올해 초 연수구가 꽃탑 주변에 심었다는 보릿대도 밑동이 대부분 잘려져 맨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연수구 옥련동 옹암사거리에 세워진 꽃탑 역시 마찬가지였다. 꽃은 전혀 남아있지 않고 원 모양의 뼈대 위에 잡초더미가 얹혀져 있었다. 탑 주변 바닥에는 선학사거리처럼 흙 바닥만 남아있고 사람 키 만한 잡초만 무성했다.

송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상 가로등에 부착된 원형 화분은 심어진 꽃들이 시들고 물러져 텅 비어 있었다. 3단 화분 속에는 썩은 듯 보이는 검은 색 흙이 물을 머금고 있었다.

옥련동 옹암사거리에서 송도 초입까지 2㎞ 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모든 화분이 같은 상태였다.

선학동 꽃탑을 지나던 한 시민은 "처음엔 색다르고 보기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시커먼 기둥만 남아 관리가 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도시축전 행사장 송도와 인접한 연수구에 설치된 꽃탑은 3개, 가로등 화분은 438개다.
도시축전이 끝나고 시는 지난해 말 연수구에 꽃탑·화분 관리예산을 배정해 주기로 했다가 계획을 바꿨다.

예산집행을 검토하면서 연수구 외에 다른 구에도 대로변 조경이 필요하다고 판단, 예산을 달리 쓰기로 한 것이다.

구는 급한대로 송도 주 진입도로인 경원로 상의 가로등 화분들에만 꽃을 다시 심었다. 꽃탑·가로등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한 해 1억3천만원 가량이 들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하반기 2차 예산추경 때 구의회에 사업비 편성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빨리 자금을 마련해 꽃탑 등이 도심 속 흉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이태원 기자

인천/이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