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해제·해지되거나 취소될 경우, 계약당사자는 상대방으로부터 급부받은 것을 반환해야 할 의무로서 원상회복 또는 부당이득반환의무 등이 있고,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를 끼친 유책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도 합니다.

근대민법 입안자들은 신분법상의 법률행위인 ‘약혼(혼인예약)’이나 ‘혼인’에 대해서도 계약법의 틀을 기초로 ‘혼인의 해소’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혼(혼인계약해지)소송을 하게 될 경우, 재산분할(원상회복 등), 위자료(손해배상)가 따라 오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혼인이란 것은 혼인기간동안 유지되는 계속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관계가 해소될 경우 ① 가족이란 신분법상의 특성으로 인하여 ‘부양적 요소’가, ② 사단(社團)이나 조합과 유사한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가정공동체해체시 ‘청산적 요소’가 고려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주요한 대상이 바로 재산분할인 것입니다.

[1]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민법에 따를 때, 혼인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실혼의 경우에도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민법규정은 없지만, 판례는 ‘부부재산의 청산적 성격을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 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3.28. 선고 93므1584 판결), 다만, 중혼적 사실혼관계나 단순한 내연관계에 불과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9.20. 선고 96므530 판결 등).

[2] 유책배우자의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판례는 ‘혼인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대법원 1993.5.11. 자93스6 결정), 이는 재산분할의 청산적 성격을 강조한 입장이라 할 것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법원실무상 위자료의 액수가 소액인 편인데다가, 공평의 관점에서 유책배우자는 가정해체에 때한 부양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유책정도에 따라 축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3] 갑남과 을녀가 협의이혼하기로 하고 이혼에 따른 자녀양육은 을녀가 담당하고, 갑남은 위자료 1000만원 및 재산분할로서 1억원을 주기로 합의하여 공증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갑남이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을녀가 이혼 및 재산분할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위 합의의 해제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고 하면, 을녀는 자신의 기여분에 따라 합의금인 1억 1000만원보다 더 받을 수 있을까요(분할대상 재산가액은 4억원, 을녀의 기여도는 40%로 가정)? 판례는 이 경우 ‘재판상이혼에서는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합의가 효력없다’ 또는 ‘재산분할합의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취지로 을녀의 재산분할청구를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12.28. 선고 93므409 판결,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33458 판결).

[4] 갑남과 을녀가 위(3)항과 같이 합의공증하였는데, 마침 갑남의 부친이 사망하여 상속되는 바람에 갑의 재산이 증가하였습니다. 이 경우 을녀는 갑남의 상속재산에 대해서까지도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재산분할은 ‘청산’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① 혼인 중(혼인공동체 성립시부터 와해시까지), ② 부부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이룬 재산”일 것임을 요합니다. 여기서 ‘협력’이란 소득활동이외에도 가사, 육아 등 소득외 활동을 포함하며, ‘재산’이란 혼인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특유재산이 아닌 실질적 공동재산으로서 그 명의를 불문합니다. 따라서 갑남이 상속받은 재산은 이혼협의로 인하여 혼인공동체가 와해된 다음의 재산이자, 상속재산의 유지·증가에 대하여 을녀가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혼인중 상속받아 재산유지에 기여한 예외적인 경우로서, 대법원 1998.4.10. 선고 96므1434 판결 참조).

충남취재본부/임춘형 기자

임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