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언론매체에는 소위 ‘함바집’이 거의 도배질되다시피 합니다. ‘함바집’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보니 ‘공사현장에 가설한 임시식당’이라는 뜻의 일본말 ‘한바’(飯場)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제 소견으로는 ‘함바집’은 우리말의 합성인 ‘한밥집’이 잘못 변형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한밥집’은 ‘한데’ 있는 밥집이라는 뜻으로서, 유명한 소설가 김성한의 작품 ‘왕건’에도 나옵니다.



그 옛날에도 공사현장에는 ‘한데’ 즉 제대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곳에 밥집이 운영됐다는 것입니다. 명칭이야 어찌됐든 함바집이건 한밥집이건 허름하고 수수한 서민의 밥집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 큰 말썽이 되고 있는 ‘함바집’은 단순한 밥집이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복마전이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자그마한 영업권을 둘러싼 그렇고 그런 토착형 비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청와대 행정관, 자치단체장, 장차관, 국회의원이 등장하고, 급기야 경찰총수였던 사람이 곧 쇠고랑을 찰 모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형공사장 ‘함바집’ 이권을 둘러싸고 거미줄 같은 먹이사슬이 얽혀져 있고, 그 먹이사슬 안에서 거액의 뇌물이 무시로 오고갔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가장 앞서간다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런 구태 중의 구태가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시계가 몇 십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착각마저 듭니다. 우리 지도층의 도덕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라니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탄식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연일 야당은 ‘함바게이트’라는 국적불명의 어휘를 구사하며 비리의혹을 부채질하는데 열을 올립니다. 이제는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권력형 비리’라는 점은 도저히 부인하기 어렵게 생겼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일체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명정대하게 진실을 파헤치고 범법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어쩌면 검찰로서는 사직당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부여당 역시 이런 권력형 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수습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권력형 비리가 우리 사회 어느 부문에도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완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야말로 ‘공정사회’ 구현의 시금석이라고 해도 그다지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안상정 논설위원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한나다라당 부대변인. 중앙대 객원 교수

안상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