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남동구 남촌어린이 공원. 공중화장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동파를 막으려고 폐쇄했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구월동 모래내 어린이공원에 가보니 여자화장실 문이 뒤틀렸는지 잠기지 않았는데도 좀체 열 수가 없었다.

창문으로 안을 보니 세면대엔 담배꽁초가, 바닥엔 오물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다.
남자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기저기 쓰레기가 가득했고 변기는 물이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수리중'이라고 써붙은 문짝은 아예 떨어져 나갔다.

남구 옛 시민회관 근처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자 소리만 날 뿐 물이 안나왔다. 누가 불장난을 했는지 휴지통은 불에 녹고 벽에는 그을음이 가득했다.

올 겨울 들어 연일 맹추위가 이어지면서 관리가 소홀해져 인천 곳곳의 공중화장실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시민들은 부실한 관리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고 해당기관인 인천시와 각 구·군은 나름대로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하고 있다.

인천의 공중화장실은 공원과 관광지, 시장·상가 등에 총 2천367곳이 있다.
시와 각 구·군은 겨울철만 되면 사실상 공중화장실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시가 각 구·군에 지원한 화장실 관련예산 11억원은 대부분 새 화장실을 짓거나 리모델링하는데만 쓰였다. 올해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유지관리에 구·군들은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일선 구 관계자는 "겨울에 가장 큰 문제는 수도관 동파다. 물이 안나오면 화장실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아쉽다.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아놓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중화장실은 '우범지대'가 되기 일쑤다. 노숙자나 비행 청소년들이 들어가 있거나 불을 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천취재본부 안상희 기자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