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억대연봉 국회의원의 형편없는 출석률,’‘일 안하는 국회의원들’등의 언론기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질문 시간 중에 버젓이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간 큰(?)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출판기념회 축사에서“국회는 시작할 때는 성원이 필요하지만 일단 시작된 뒤에는 모자라도 관계없으니 끝까지 앉아서 많이 축하해 달라”고 했다는 국회의장, 대정부질문은 정부 각료들을 상대로 주요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고 대책을 묻는 중요한 자리임을 그들이 모를 리 없으나 당장 눈앞에 다가온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당직을 챙기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의석을 지키기보다는 중진의원에게 눈도장을 찍으러 몰려갔다니 국민에 의해 국회로 출근하게 된 그들 본연의 업무를 망각한 채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언으로 신문을 도배한 국회의원들의 추태는 지난 4년간 도의회에 몸을 담았던 나 자신마저 부끄럽게 했다.

지방의회에서도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각종 회의장에서는 정족수 채우기에 초비상이었고, 모두들 지역행사에 얼굴비치기에 급급하여 회의장에 잠시 왔다가 출석확인만 하고 나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며, 때론 집행부 좌석에는 자리가 꽉 채워진 반면에 몇 명 안 되는 의원들과 회의가 진행될 때면 같은 의원으로서도 보기가 참 민망했다.

물론 대정부질문이나 도정질문 과정을 4년간 현장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과연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인 것 또한 사실이다.

쇼맨십에 강한 의원들은 질문하는 날이면 지역구 주민들로 본회의장 방청석을 채우고 지역민원성 질의를 하여 지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고 답변을 하는 집행부는 거의 대부분 뚜렷한 시정조치가 아닌 최선을 다하겠다, 노력하겠다, 검토하겠다 등으로 마무리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간다지만 정치는 아직도 20세기에서 머물고 있다.

최첨단 정보화시대에서 가장 앞서가는 통신사회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짜여진 원고를 서로 읽는 것은 국력과 시간낭비가 아닌가? 언론에서 지명한 국회에서 개근한 의원 3명중 2명은 여당의원으로서, 비례대표 여성의원과 칠순이 넘은 초선의원이었다.

예전에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행사에 수시로 불려가는 동료의원들이 때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행사에 비례대표의원이 나타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의원 때문에 나는 얼굴비치기보다는 의원본분의 업무에 충실하여 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회의장을 택했다.

국회 개근이라는 명예로운 상 뒤에 숨은 그녀만이 겪는 일들을 함께 나누기라도 하듯 내 가슴이 찡해진다.




최윤희 논설위원

최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