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외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파이를 통한 정보유출이 국가간 외교전에만 있을까, 중소기업의 요람인 인천 남동공단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만든 최첨단 기술이 자기도 모르게 경쟁회사에 넘어가는가하면, 직원이 기술을 훔쳐간 뒤 회사를 차려 경쟁자로 나서는 경우가 빈발하며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례 1. 스크린 인쇄기를 만드는 남동공단의 한 회사는 얼마전 큰 낭패를 봤다.

5년간 10억원을 투자해 자체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인쇄기 설계도면 등 핵심 산업기술을 몽땅 도둑 맞은 것, 설계도면을 보관한 연구실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핵심 기술을 컴퓨터에 그냥 넣어둔 게 화근이었고, 직원 3명이 이를 노리고 최근 회사를 그만두면서 연구실과 컴퓨터에 있던 산업기밀을 빼돌려 동종 회사를 차리는 바람에 결국 이 회사는 8억6천만원에 가까운 재산피해를 입었다.

#사례 2. 초고속 인쇄기계 특허를 따낸 인천시내 모 중소기업도 최근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핵심 기술을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해 뒀는데 회사 간부와 기술자 몇명이 이동식 메모리 장치(USB)에 이를 담아 빼돌렸기 때문이며, 당시 컴퓨터엔 보안 프로그램이 깔려 있지 않았고 산업기밀을 보호하는 관리자도 없었다.

이 기업은 지난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끝내 산업기밀 유출자를 붙잡았지만 이미 5억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입은 뒤였고, 이처럼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수년동안 큰 돈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어, 올해 들어 중소기업 3곳이 산업기밀을 도둑맞았는데 피해 규모만 무려 420억원(경찰 추산)에 이른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피해기업의 80%가 보안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며 "소중한 기술력인만큼 컴퓨터 암호설정과 보안 USB 사용, 통제구역 지정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이태원 기자 twlee52@hanmail.net

이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