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패율제가 도입될 경우 충청권은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패율은 <낙선자 득표수÷당선자 득표수×100>이란 공식으로 산출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19대 총선부터 도입을 논의 중인 ‘석패율(惜敗率) 제도’가 자칫 충청권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패율제는 말 그대로 특정 정당의 취약지에서 애석하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제를 활용해 구제하는 방안으로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이렇다. 현재 국회의원의 총수는 299석으로, 이 중 비례대표는 54석이며 지역구는 245석이다. 지역구를 다시 권역별로 분류해 보면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은 ▲ 부산 18석 ▲ 대구 12석 ▲ 울산 6석 ▲ 경북 15석 ▲ 경남 17석 등 총 68석에 달한다.

또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호남은 ▲ 광주 8석 ▲ 전북 12석 ▲ 전남 12석 등, 영남에는 못 미치지만 32석이라는 적지 않은 의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충청은 ▲ 대전 6석 ▲ 충남 10석 ▲ 충북 8석 등 24석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 의원제’라 불리는 석패율제를 도입할 경우 영남과 호남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약 5석씩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충청권의 의석 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경우처럼,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충청권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이밖에 여성과 장애인, 직능 및 전문직에 돌아가는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표로 나타난 민심을 왜곡하게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의 소지도 있다.

이 때문인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 “영남과 호남뿐 아니라 충청권에서도 1, 2석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자유선진당처럼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선 독약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석패율제 도입의 취지와는 달리 영호남 패권을 강화시키는 반면 충청 기반 정당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과 함께 그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천안갑)은 27일 <디트뉴스24>와의 통화에서 “영남과 호남에만 석패율제를 도입할 경우 충청권 의석 비율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권역별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지역주의 타파 문제가 (충청권이 아닌) 영남과 호남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개특위에 소속된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보령·서천)은 “정책의총을 통해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석패율제 도입은 대단히 정략적일 뿐만 아니라 민의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당으로선) 실익이 전혀 없다”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수의 힘으로 밀겠다면 어쩔 순 없겠지만, 소수의 의견이라도 반대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대전유성)도 “영남과 호남에 기반 한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 확장시키기 위한 속셈으로, 취약지역에 자당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면 지역감정이 해소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취재본부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