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분산배치 위기감 속에 ‘충청 정치세력 대동단결론’을 꺼내든 지(7일) 10일이 지나고 있으나 가시적인 움직임이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합당 불사’와 함께 대표직 사퇴까지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던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역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선을 긋고 있다.

비록 이 대표와 심 대표가 다시 손을 맞잡더라도 종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 모르나,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 측 모두 공감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쉽게 말해 “충청 정치세력의 대통합에 대해 뭔가 이견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회창-심대평, 통합 공감대 속 평행선 달리는 이유는?

일단 양자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며 심 대표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연한 얘기” 또는 “공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통합의 범위에 있어서는 시각차가 엿보이고 이 대표는 “정체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청권의 모든 정파와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 경계선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심 대표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당협(지역)위원장과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여는 게 중요하다”며 대대적인 문호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 대표와 심 대표가 선뜻 손을 맞잡지 못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는 아니하고. 그런 면에서 양자 모두 쉽게 꺼내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은 충청 정치세력의 통합 이후, 그러니까 19대 총선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낸 뒤 차기 대선에서 누구를 대표주자로 내세우느냐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즉 이 대표는 대표직을 던져서라도 좁게는 자유선진당, 넓게는 범보수진영의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심 대표는 소위 ‘확장력의 한계’를 문제 삼으며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주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유선진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충청권 맹주’가 아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며. 특히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 단일후보와의 1대1 구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이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 충청맹주 보다는 대권 노린 듯…심 대표가 동의할까?

특히 한나라당의 내부분열 가능성이 있고, 공천에서 탈락한 타 정당소속 현역 의원들의 대대적인 입당도 점쳐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자유선진당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에서 교섭단체 이상의 성과만 낸다면 차기 대선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이 대표는 JP와는 다르다”고 말했고 독자적으로 또는 연대를 하더라도 이 대표가 ‘선수’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심 대표가 과연 이런 시나리오에 공감 또는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데 있으며 지난 2009년 탈당 이후 여러 차례 이 대표의 한계(?)를 비판해 온 심 대표로선 생각이 전혀 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며 심 대표가 여러 차례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이 대표와 심 대표가 다시 힘을 합치더라도 언젠가는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며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심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고서는 이 대표가 내민 손을 덥석 잡을 순 없는 형국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충청권 정치부 기자는 “이 대표와 심 대표가 추구하는 충청 정치세력의 통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며 이 대표가 후보로 나서야 하느냐에 대한 시각차가 바로 그것”이라며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로선 앞의 분석이 정확한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충청권의 대동단결이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동근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