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간부공무원 중 행정고시와 지방고시 출신 간에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대전시청의 사무관 이상 간부급 공직자는 370여명. 이들 중 고시 출신 공직자는 25명. 고위직인 국장급(3급 부이사관)중 고시출신이 5명에 이를 정도로 고시출신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느데 행정고시와 지방고시 출신으로 나눠 업무및 승진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지난해 7월 염홍철 대전시장이 취임 하면서 대전시에 2명의 실세(?) 서기관이 탄생했는데 양승찬 공보관(현 과학기술특화본부장)과 한선희 비서실장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당시 행안부 파견으로 대전을 떠나 있었지만 염 시장의 취임과 함께 대전시로 화려하게 복귀, 중책을 맡게 됐다.

행정고시 37회인 양승찬 공보관과 지방고시 2회 출신인 한선희 비서실장은 염 시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 여러 업무 및 민원 등을 강하게 추진해 대전시의 실세 서기관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각기 행시와 지방고시 출신의 좌장 격으로 직렬 라인을 구축하며 염 시장이 제시한 대전시정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으로 지난 연말 정기인사와 함께 서기관 선임이었던 양승찬 공보관이 3급 부이사관인 과학기술특화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행시 출신이 한발 앞서나갔다.

대전시에 근무하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은 모두 14명. 행안부에서 직접 내려오는 박상덕 행정부시장과 조욱형 기획관리실장을 제외하고 3급의 행시출신은 이택구 경제국장, 김광신 환경녹지국장, 유세종 교통건설국장, 박월훈 도시주택국장, 양승찬 과학기술특화본부장 등이 국장급에 포진되어 있다.

대전시에 젊은 행시출신 국장들이 많음에 따라 일반 직원들의 승진길이 몇 년간 막히고있어 불평이 많다. 4급에는 고시 출신 7명 중 행시 출신이 2명으로 최시복 특화산업과장과 임묵 의사담당관 등이 있는데 최시복 특화산업과장은 행시출신인 양승찬 과학기술특화본부장과 함께 과학벨트 사수를 위한 특단의 노력을 펼치고 있고 임묵 의사담당관의 경우 고시출신 서기관중 최고참으로 차기 국장 후보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행시출신 5급 중 보직이 있는 사무관은 5명으로 정재용 기획담당, 고현덕 생활경제담당, 문희선 공공일자리 담당, 노기수 버스지원담당, 김용두 인터넷담당. 이 외도 보직은 없지만 대전시에 적을 둔 사무관으로 교육중인 손은주 사무관, 휴직중인 김영빈 사무관, 전출을 위해 외교부에 파견된 김영진 사무관 등이 있다.

자치구 중 유성구에만 유일하게 고시 출신이 많이 있으며 기술고시 출신인 정무호 도시국장(4급), 조철휘 재난관리과장(5급)등이다.
대전시에 근무하는 지방고시 출신들은 모두 10명이지만 4~5급 보직중 염 시장의 공약과 관련된 부서에 집중 근무하고 있는게 눈에 띈다.

특히 4급 고시 출신의 대부분은 지방고시 출신들이다. 이강혁 관광산업과장은 지방고시 1회 출신으로 염 시장의 공약인 와인 축제를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한선희 비서실장은 지방고시 2회로 염 시장의 취임과 함께 파견에서 복귀해 시장을 보필하고 있으며 지방고시의 출신 후배 공직자들을 두루 아우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손철웅 문화산업과장도 지방고시 출신으로 특화산업본부에서 염 시장의 주요 시책인 마이스산업 부문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HD드라마타운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 전재현 자원순환과장도 지방고시 출신이다.

보직을 갖고 있는 고시출신 5급 사무관에는 지방고시가 5명으로 행시에 비해 한 명이 많다. 또한 염 시장의 공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보직이 많다.
염 시장의 공약사업 대부분을 맡고 있는 특화본부의 문창용 특화산업기획담당, 의료관광 공약을 실현 중인 민동희 의료관광담당이 있다. 민 사무관은 보건정책과내 유일한 행정직 사무관으로 보직 발령 초기 보건직 담당 자리에 들어왔다고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김기환 엑스포재창조담당, 임재진 인사담당, 박문용 교육지원담당 등이 주요 보직에 포진되어 있다.

지방고시란 지방자치시대 지방공무원의 전문성과 자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1995년 제도가 도입됐다. 행정고시와 달리 거주지와 본적 출신학교 등을 제한해 해당 지역 출신자만이 시험에 응시 할 수 있었다.

지방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 시보를 받고 1년 동안 지방행정 및 재정 자치법규 등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광역시-도청 계장이나 시-구-군 과장, 읍-면-동장의 보직을 받는다. 시행 첫 해인 1995년 전국적으로 93명을 최초 선발했다. 그 다음해에는 96년 88명, 97년 89명 선발했었다.

하지만 일선 선출직 민선 시군단체장들이 공직경험과 지역행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참 공무원을 과장급으로 앉히는 것을 기피해 합격 후에도 몇 년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는 등 평균적인 대기발령 기간이 다른 고시 출신자보다 길었다.

이에 따라 승진적체 및 지자체 공무원들의 기피 현상이 빚어졌으며 매년 선발인원이 줄어들게 돼 전국적으로 2002년 27명, 2003년 28명, 2004년 18명을 선발하고 결국 행정고시에 통합되어 폐지됐다.

대전시 지방고시 출신 공직자들의 숙원은 국장승진 배출이다. 아직 4급이 이들의 최고 직급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고시 출신의 경우 일찌감치 행안부로 파견을 다녀오는 등 경쟁력을 키워왔다. 염 시장의 취임 이후 지방고시 출신자들의 요직 중용에 따라 행시출신과의 경쟁에 불이 붙는 상황이다.

대전취재본부 이동근 기자

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