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라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꽤 어수선한 5월인 것 같다.
지난 주 구미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단수사태는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지역에서 얻을 것이 가장 많다고 지역정치인들이 자랑하며 지역민심을 추스렸건만 결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4일간의 물 대란으로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이름뿐인 재난대비훈련을 불과 며칠 전에 했지만 학교, 공공기관, 병원까지 화장실은 ‘사용금지’가 붙여지고 동네마다 물을 공급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야 했다. 공단에서는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시청과 수자원공사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만 하니 주민들의 불편과 분노는 폭발직전이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씻지 못해 등교를 하지 못하여 정상수업이 불가능했고 그나마 연구실을 지키며 학교에 있자니 마시지도 못하고 먹지도 않으며 버티는 것은 신체적인 인내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마치 道를 닦는 것 같았다.

수돗물 사건이 해결되고 하루가 지나자 우리 지역은 과학벨트 입지선정으로 다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정부의 과학벨트 최종 입지선정 결과발표는 16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정부 공직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채 이미 중앙 언론을 통해 ‘대전 확정’이라는 기사가 나왔으니 경북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

얼마 전 동남권신국제공항 건설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남권 주민들과의 대선공약을 백지화해 하더니 이제는 아예 내 놓고 지역민을 무시해 버린 처사가 아닌가?

경북도지사는 금요일부터 단식투쟁을 하며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정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어설픈 대응으로 지역 간의 갈등만 초래하고 민심은 이제 대통령 고향 땅에서도 이렇게 험악해졌건만 대통령은 과연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지역출신 대통령, 여당의 텃밭이라며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던 경북도민들은 이제 더 이상 이해하고 양보하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 한다. 가슴 졸이며 짝사랑하는 날은 이미 지나갔다.

뉴스에는 혈서, 삭발, 단식이라는 말이 줄을 잇고 지역민심은 5월답지 않게 들끓는 가마솥처럼 계속 뜨거워지기만 한다.

최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