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출신이라 투쟁력이 없을 줄 알았더니만, 나중에 보니 잘만 하던데? 그럴 줄 몰랐어….”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성효 전 최고위원에게 사석에서 한 말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충청 몫 최고위원으로 활동해 온 4개월 여 동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문제를 놓고 임명권자인 안 대표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쓴 소리를 한 박 전 최고위원 아니었던가.

이 같은 안 대표의 발언에는 두 가지 뉘앙스가 엿보인다. 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박 전 최고가 조용히 있어 주길 바랐을 것이고, 충청 몫이라는 일종의 역할을 놓고 볼 땐 오히려 충청권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성효,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위해 수모도 참아

되짚어 보면 박 전 최고위원의 인선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앙은 물론 지역 정가에서는 “너무 약한 것 아냐?”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안 대표의 장악력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웬걸, 박 전 최고위원은 이런 시선을 단번에 극복했다. 이 대통령의 신년방송좌담회 직후인 지난 2월 7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발언을 제지당한 박 전 최고위원은 기자실을 장문 “이제는 일하는 대통령에서 나아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신뢰의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특히 과학벨트 분산배치설이 보도된 4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칫 정책과 정치의 범위를 넘어서 대통령의 인품에까지 번져나가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해, 안 대표로부터 “자꾸 지역 얘기를 한다면 최고위원 자리에 무엇 때문에 앉아 있나? 사퇴 하든지”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회의 직전 김무성 원내대표가 “제발 부탁이니 발언을 삼가 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박 전 최고위원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사퇴 하든지”라는 말은 박 전 최고위원으로선 수모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행정구역에 매몰되지 말고 충청권이 포괄적으로 협력해야”

당시 한나라당 내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박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박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노력과 맞물려 나경원·정두언·서병수 전 최고위원까지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에 힘을 보태면서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 강력한 저지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충청권으로선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었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라는 성과를 특정인의 노력만으로 규정할 순 없겠지만, 박 전 최고위원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 전 최고위원은 24일본방송 <이동근부장>과의 통화에서 “최고위원은 누구를 거치지 않고서도 당 지도부에 직접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안 된다면 간판 다 내려야 한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과학벨트와 관련) 다른 지역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청권이 상생하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면서 “행정구역이라는 경계에 매몰되지 말고, 충청권이 포괄적으로 협력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근기자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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