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노인이 원숭이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원숭이에게 종전 하루에 8개씩 주던 밤톨을 7개로 줄이기로 작심하고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고 제안하자 원숭이들은 집단적으로 반발을 했다.

이번에는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씩 주겠다고 말을 바꾸자 원숭이들은 좋아라 환호했다고 한다. 조삼모사는 얕은 수나 잔꾀로 남을 속이는 행위를 비유할 때 자주 인용되어 왔다.

요즘 소위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대학 등록금을 일거에 반값으로 뚝 떨어뜨리겠다니 명칭부터 ‘포퓰리즘’ 냄새가 풀풀 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을 당장 시행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매년 들어간다는 2조 5천억원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쓰고 나서 나중에는 어떻게 나라살림을 지탱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거니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조삼모사식 감언이설이 아닌가 묻고 싶다.

근래 우리 대학들이 매년 큰 폭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서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놀랍게도 우리 나라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비싸다고 한다.

근본적인 방책은 대졸 고학력자의 과잉공급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초급대학 이상 진학률은 무려 85%, 역시 미국(83%)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너도나도 누구나 대학을 가다보니 그 폐해와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갈수록 대학과 대학생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그 많은 대졸자들이 갈 만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데 당연히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엄정한 평가와 동시에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대학은 반드시 공부할 사람만 가는 곳,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야 하며 아울러 대학들도 책임을 분담해야 마땅할것이다. 쌓아놓은 재단 적립급을 풀어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데 힘을 보태고, 오로지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것이며 정치권을 비롯 우리 모두가 비단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살리기 문제를 처절하게 고민해야 할 때 라고 하겠다.

“정치란 한정된 자원과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구조기능주의학파의 대표격인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말인데 하지만 지금 우리 대한민국 정치에서 권위를 찾기란 참 어려운 실정이다.

포퓰리즘이든 뭐든 인기만 끌고 표심만 현혹할 수 있다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정치적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내용상의 합리성이나 절차상의 정당성이나 함부로 무시되기 일쑤이고 정치가 최소한의 권위마저 잃는다면 질서는 파괴되고 파국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