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정치세력의 대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통합의 대상과 방법, 통합 이후의 전략 등에 대한 각 주체들의 시각차가 큰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가능한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그 필요성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간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주목된다. 이들의 타협이 충청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결정적인 열쇠가 될 공산이 크다.

심 대표와 권 원내대표의 관계를 살펴보면 왜 이런 시선이 제기됐는지 알 수 있다. 2006년 대전시장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탈당, 무소속 상태였던 권 원내대표는 2007년 4월 25일 치러진 대전서을 보궐선거에서 직접 출마한 심 대표를 도와 당선시켰고, 그해 5월 국민중심당에 입당한다.

권 원내대표의 입당 직전 이인제 의원이 탈당했던 터라 국민중심당은 국고보조금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었고, 심 대표는 이를 막기 위해 권 원내대표의 입당을 간절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권 원내대표가 얻은 별명은 ‘구원투수’였다.

그 뒤 권 원내대표는 국민중심당의 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아 6월부터 충청권을 돌며 ‘쓴소리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당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 된다. 정확히 4년 후인 지금 권 원내대표가 위기 속 자유선진당의 ‘쇄신 및 발전특별위원회’(쇄신특위)의 위원장을 맡아 ‘쓴소리 생생토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조홧속’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된다.

권 원내대표로선 두 번 연속 충청 기반 정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뒤 6월부터는 지역구 활동에 전념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재는 아예 포기한 분위기다. 그런 만큼 심 대표는 권 원내대표에게 일종의 정치적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31일 연기군에서 심-권 공동주최로 열린 세종시 자족기능 관련 토론회에서 권 원내대표가 “예전엔 심 대표가 저에게 구애를 했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며 “이제 충청권 발전을 위해 같이 갈 때가 됐다”고 말한 것은 이런 배경을 놓고 볼 때 의미심장하다.

심 대표는 충청 정치세력 대통합에 대한 최적의 방식으로 ‘기득권 세력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자유선진당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진다면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심 대표는 최근 대전KBS <835정보센터>에 출연 “마누라만 빼놓고 다 바꿔야 한다”면서도 “(자유선진당) 쇄신특위의 활동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심 대표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책을 권 원내대표가 제시할 경우 극적인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쇄신특위는 오는 8월 25일 전당대회를 통해 자유선진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늦어도 7월 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두 번이나 구원투수로 나선 것에 대해 “충청 정치세력의 약체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숙명이라면 우리가 개척해서 남보란 듯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이번이 가장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 대표와는 깊은 교감이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취재본부 황기수 기자

황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