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고엽제 매립의혹과 관련해 미국군 최고책임자인 미8군 사령관의 답변을 직접 현장에서 듣는 기회가 지난 주 목요일에 있었다.

칠곡군청 마당에서 만난 그는 또렷한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하며 정중히 인사를 했고 사진에서도 확인되지만 우리나라식 예의를 깍듯이 갖추었다.

면담 장에서 그는 지역민들에게 고엽제 의혹 우려와 그에 따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역시 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과 모든 절차와 조사 결과에 대해 투명성을 강조하였으며 두 나라간의 동맹관계에 결코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한시간여동안 진행된 미8군 사령관과의 만남은 진솔 그 자체였다. 우리 측에서는 모두들 파일을 들고 와서 내용을 보면서 말을 했지만 그는 아무런 원고없이 그의 생각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특히 한국전쟁 시 가장 중요한 전략 요충지였던 칠곡은 국군과 미군이 형제같이 서로 의지하며 싸웠던 곳으로 60년 넘게 미군기지가 있으며 많은 미군들이 추억 속에 기억하는 곳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했다.

그는 우리 측에서 제의한 중앙정부, 정치권 등을 거치지 않는 지역과 직접적인 협의기구 구성과 정보공유에 대해 공감하며 매립의혹과 관련하여 분명히 조사결과를 지켜볼 것이며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책임지고 하겠다는 말까지 아끼지 않았다.

솔직히 언론보도만으로는 염려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미8군사령관을 직접 만난 후 마음이 놓인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십대에서 나이 서른이 넘도록 내가 살았던 미국.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가능과 희망을 심어 준 미국은 제2의 고향 같은 아련한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제 모국으로 돌아와서 생활한지도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나도 미국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희석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미8군사령관을 만나면서 어릴 적 나에게 꿈을 주고 무엇이든 두려움 없이 해쳐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준 미국에 다시 손을 내민다.

최윤희 / 논설위원 (1대학교수)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