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에 고심중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좌우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뒤 청와대 회담에 가고, 도청했다고 여당을 고발한 뒤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일본에 가는 식이다.

손 대표는 지난 24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등록금 완화 방안을 발표하자 부랴부랴 마련한 일정으로, 지난 6일과 10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학생들 사이에 끼어 촛불을 들었고, "학생이 목숨을 잃어가고 가정이 파괴되는 현실을 대통령이 그냥 보고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25일 낮에는, 23일 열린 민주당의 최고위원·문화관광위원 연석회의 내용을 한나라당이 도청했다면서 긴급최고위원회를 주재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당내 진상조사위 구성'과 '경찰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26일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손 대표는 24일 최고위회의에서는 현 양극화 상황을 프랑스 혁명 전야에 비유하는 듯한 말도 했다. 허창수 전경련회장이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에 비유한 것을 반박하면서 "프랑스혁명과 관련해 사회가 두개로 갈라진 것을 묘사한 '두 도시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결과는 혁명이었다"면서 "나라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 전 상황을 소재로 다룬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다.

그런 손 대표가 27일부터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날 아침 '민생'을 주제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다.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태, 반값등록금 문제 등 6대 민생현안이 주제다. 손 대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부 정책 방향을 전환시키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회담을 마치자마자 2박3일간 일본 방문길에 나선다. 간 나오토 총리 등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협력을 요청하고, 쓰나미 피해지역을 둘러본다는 것이 표면적 목적이다. 그러나 야권의 제1 대선주자로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23개사보다 많은 29개 언론사가 동행한다.


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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