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 휴스턴에서 온 한인회장님의 특강을 들으면서 그 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그 옛날 십년 넘게 살았던 미국에 대한 향수에 잠시 푹 빠지게 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다는 그는 미국사회를 기다림과 감사, 그리고 칭찬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남다른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나라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6.25에 대한 인식을 염려하면서 당시 전쟁 발발 3일 만에 서울을 내주고, 순식간에 낙동강 이남지역을 제외한 전 국토가 점령당한 상황에서 발 빠르게 달려온 미군이 아닌 몇 개월 후 도착한 유엔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지금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미국 워싱톤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에 새겨진 글을 소개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던 한 나라(대한민국)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부름에 응답했던 우리나라(미국)의 아들과 딸을 기립니다.

한국전쟁으로 사망한 미군이 54,020명, 실종 8,177명, 부상 103,284명, 포로 7,140명.전쟁은 까마득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 땅에서, 조금 앞선 세대에 벌어졌던 일이며 한국전쟁은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전쟁중이란 것을 젊은이들은 명심해야 할것이다.

전쟁 중인 사실을 망각한 채 서로 아웅다웅 싸우며 힘겨루기에 급급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의 그자태를 보면서 한인회장님에게는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을까.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할것이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벽에 새겨진 글

그들의 희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 진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조와 저들의 희생과 맞바꾼 것이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끔 이렇게 밖에서 온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반성하는 기회도 가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생활의 촉진제가 되었다.


최윤희 ; 논설위원/일대학교수.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