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의 결정에 배경 놓고도 말 들이 '분분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예상을 깨고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한나라당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을 요구해온 수도권 의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친박계 의원들도 그동안 박 전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대선을 위해선 1차 관문인 총선 승리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전국 선거를 지휘할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 그가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깔려 있으며 때문에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접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서울 출신의 한 의원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정"이라며 "유력한 대권 후보인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고 말했고,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 입장에선 총선 승리가 가장 중요한데 총선지휘를 하지 않고 지역구에 나간다니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낙 뜻밖의 결정을 내리다보니 배경을 놓고도 말들이 분분하다.
친박계 의원들은 말을 아낀 채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전국선거 지원을 못할 이유가 뭐 있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친박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은 달리 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를 이끌어낼 자신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닌지. 한 의원은 "총선 패배시 결과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의 영향력이 허수로 드러날까봐 부담스러운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다른 한 의원은 "어떻게든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대선 국면에서의 야당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텐데, 박 전 대표가 총선 승리의 불확실성 때문에 큰 판을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여권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박 전 대표가 내린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고 박 전 대표를 모두 '구세주'로 여기고 있는데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지도자로서 신뢰를 못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1998년에 달성군을 지역구로 선택해서 쭉 해왔기 때문에 13년째 일관되게 지역주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