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에 치러지는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경선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이다.

전국 16개 시·도당위원장 중 복수 후보자 출마로 경선이 예상되는 지역은 24일 현재 5곳에 달한다. 시·도당 위원장에는 통상 재선 이상 의원을 추대했던 게 관례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초선의원까지 뛰어들어 모양새 있는 정리가 안 될 판이다.

시·도당위원장 임기는 비록 1년이지만 권한이 막강하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석해 자기 지역 공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소 본인 공천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중평이다. 중앙위원회나 청년위원회 등 당의 대외조직 구성에 관여할 수 있어 각 계파의 조직력 강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장점이 과열경쟁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친이(친이명박)계 대결은 물론이고 계파 내부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출마 의원은 지역 여론이 좋지 않아 공천을 받기 어려워지자 ‘보험용’으로 나섰다는 비판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

관심 지역인 서울에는 강재섭 전 대표와 가까운 이종구 의원과 정몽준 의원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이상 재선)이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해 경선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의 지원을 받았지만 친박계와 소장파가 지지한 권영세 의원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전 의원이 이번에도 친이계 도움을 받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척을 진 전력 때문에 막판에 고전할 수 있다”며 “친박계가 이 의원을 세게 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대 격전지는 부산이다. 친박계 재선인 유기준 의원에 초선인 친박계 현기환 의원과 친이계 장제원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초 이 지역 의원은 유 의원을 추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원외 인사인 최거훈 전 국회의장비서실장이 출마하는 바람에 두 초선까지 가세한 것이다.

인천 선거전도 뜨겁다. 초선의원 대결에 원외 인사가 끼어든 모양새다. 초선인 친이계 박상은 의원과 친박계 윤상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3파전을 형성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다.

경북 선거전도 눈길을 끈다. 친이계 이병석 의원(3선)과 친박계 최경환 의원(재선), 중립성향의 장윤석 의원(재선)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 가깝고, 최 의원은 박 전 대표 최측근이다. 특히 최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장을 고사하면서까지 출마에 공을 들여 친박계 지원이 예상된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