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리스 정부가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울이는 자구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공항, 항만, 올림픽 경기장, 심지어 아름다운 섬에 이르기까지, 국유재산이란 재산은 몽땅 헐값 매물로 내놓았다.

사정이 이런데 민간소유의 부동산 역시 대폭락을 피할 수 없다. 공짜복지 좋아하다가 나라살림이 거덜 나고, 그 대가를 치르느라 나라꼴이 정말 처참하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질적이고도 다양한 증상의 ‘복지병’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도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는 공짜복지 경쟁에 영일이 없다. 공짜복지로 인해 벌어진 유럽발 재정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누가누가 더 센 공짜복지 카드를 먼저 내놓느냐 앞서거니 뒷서거니 다투는 형국이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떻게 하면 공짜복지 카드로 표를 맞바꿀 수 있을지에만 온통 관심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과거정권시절 그렇게 공짜복지 선심정책을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한술 더 뜨고 나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사실 대한민국 현실을 감안한다면 복지확대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다.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사회보험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에 고갈될 예상이고, 건강보험은 눈덩이처럼 적자가 누적되는 추세이다

또 한 가지,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복지확대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통일비용의 상당부분이 사회보험비용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복지확대니 공짜복지니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기존의 복지제도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 방안부터 찾아야 백번 옳다.

복지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냉정한 현실인식의 바탕위에 차근차근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그런 취지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치권이 사명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야 할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위선과 이중성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신뢰와 진정성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공짜복지 경쟁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