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직 최고위원 이어 재외국민위원장 임명 두고도 잡음 이어져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인사 두명을 천거한 데 당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외국민위원장과 선출직위원장 임명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 대표가 지난 당직인선 때 재외국민위원장으로 내정한 남문기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대표적인데. 현재 미국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남 전 회장은 당직을 맡기 위해 미국 시민권 포기 절차를 밟는 중이다.

홍 대표는 "남 전 회장이 미국에 20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조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번 임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를 제외한 다른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중진들까지 남 전 회장이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현지 교포들과 법적 다툼도 많이 벌이는 등 평판이 좋지 않은데 왜 홍 대표가 그렇게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과거 현직 의원이 위원장 자리를 맡아왔다는 점을 들며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문제로 예민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원외는 물론 당직자도 아닌 분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윤성 의원 등도 중진회의 자리에서 "시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남 전 회장을 위원장에 임명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논란에도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한 홍 대표는 남 전 회장을 밀고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변인은 "남 전 회장 본인의 의지도 강하고 이쪽에서도 시민권 포기절차를 재촉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임명을 공식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원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임명직 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물밑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한나라당은 장애인.여성.청년 위원장을 선출직으로 바꿨다. 아래로부터의 민의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2004년부터 1년 단위로 위원장이 선출돼왔다.

문제는 지난 14일쯤 현 위원장들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내용의 연판장이 돌면서 불거졌다. 오는 9월 위원장 선출 시기에 앞서 나온 이 연판장은 해당 상임전국위원 등에게 선거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이다.

연판장을 돌린 전국위원, 도당위원장 등이 이번 전대에서 홍 대표의 캠프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는데. 한 당직자는 "임기를 연장한 선례가 없는 것이 문제고 특히 홍 캠프에 있던 분들이 이런 작업을 주도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판장 소동은 논란이 확산되고 당원들 사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종전처럼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직자들은 선거를 직접 치르기 전까지는 위원장 임기 연장 시도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는 눈치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례적으로 호남.충청에 각 1명씩 임명해왔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충청 인사 2명을 천거해 논란을 빚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충청권 최고위원, 재외위원장 지명을 강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새 지도부가 출범하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당내 인사로 갈등이 계속 발생한다"면서 "국민들에게 밥그릇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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