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9일 당내 현안인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물갈이 논란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전국정당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언급, 홍준표 대표의 `호남 배제ㆍ충청권 두명 배정'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지난달 19일 대구 방문 당시 당직 인선에 대해 "제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낀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당내에선 그동안 박 전 대표의 `호남 공들이기'에 비춰 예견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당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제를 도입한 이후 호남 인사가 단 한 번도 배제된 적 없는 관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멀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을 전적으로 배제해선 득표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 홍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충청권 인사를 심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일부 있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작용했다.

박 전 대표가 `물갈이' 논란과 관련, "국민이 납득할 공천기준과 공천시스템이 우선"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그 기준에 의해 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공천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공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공정한 기준이 아니라 특정 개인의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 `사천'(私薦)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친박계 공천학살'에 대해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분노를 터뜨린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홍 대표 측근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언급 이전에 홍 대표가 내부적으로 호남과 충청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한 명씩 임명하는 쪽으로 검토해 왔다"며 "공정한 공천기준과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는 박 전 대표의 말은 홍 대표와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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