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1년3개월여 앞둔 대선 길목에서 1차 위기를 맞은 것이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젊은 층과 중도층에 약한 박 전 대표의 ‘표의 확장성 한계’다. 20∼40대와 중도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속수무책으로 타격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중도층에서 우위를 점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중도 전쟁’을 대비했다. 나름대로의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현 정부의 경제실정과 대립각을 세우며 중도층 흡수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속의 야당 이미지’를 강화하며 지지기반 확대에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8일 “박 전 대표가 복지확대라든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도층, 심지어 진보층, 야당 지지층, 호남에서도 상당부분 지지기반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공든 탑’은 6일간 몰아친 ‘안철수 돌풍’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헌신과 진정성이라는 새로운 정치코드로 무장한 안 원장이 등장하면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비보수층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윤 실장은 “단순히 깨끗한 인물만이 아닌 공적 헌신을 실천한 안 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보수강경 정책과 차별화를 통해 반사이익을 받았던 박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기반을 대거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CBS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중도층에서 49.7%를 얻어 박 전 대표(37.9%)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20∼40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세대별로는 젊은 층과 중년층, 이념지형에서는 중도층 등 무당파 성향이 강한 층에서 박 전 대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소통부재와 소극적 행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 아픔을 적극 대변하고 중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는 우선 국민의 고통과 분노, 열망 등을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현장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해결, 일자리 창출, 구체적인 복지재원 마련, 대기업 독점 시정 등 중산층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원 최고위원은 “그렇게 해야만 박 전 대표가 어떤 생각으로 현실에 동참하고 세상을 변화시킬지를 국민에게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했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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