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색깔론 공세를 받고 있는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통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손 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찬성 표결을 요청하는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사뭇 비장한 어조였다. 한나라당이 ‘조용환 비토’의 태도를 바꾸리란 기약이 없고 당내 찬반이 팽팽한 상황에서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되지 않으면 이날 표결은 손 대표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전 8시 최고위원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불참해 거부하자”는 의견과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9시50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8명은 불참, 8명은 참석이었다. 결국 손학규 대표가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의총 말미에 “국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대승적 결단을 내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표결에 참여하자”고 태도를 정했다. 전날까지 ‘불참’ 뜻을 밝혔던 김진표 원내대표도 참여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손 대표 쪽은 표결 참여에 대해 조 후보자 선출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고도의 압박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조용환 후보자가 인준되도록 하는 것인데, 우리가 양 대법원장 후보자를 거부하면 결국 조 후보자 인준안도 부결될 것이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우리가 대법원장에 선뜻 동의해 준 만큼 이제 공은 한나라당에 넘어갔다”며 “우리는 조용환 후보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19대 국회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처리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지도부는 매주 수요일마다 본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 선출안 통과를 요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당내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학진 의원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소집한 본회의에 들어가 아무런 약속 없이 대법원장 처리에 협조했는데 조용환 후보자 문제는 실종될 우려가 있다”며 “언제 처리될 수 있을지 전혀 기약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법원장 후보자 동의안 연계카드가 소멸해 조 후보자 선출안을 밀어붙일 지렛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선의에만 의지해 너무 순진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절대 반대’ 기류가 다소 누그러드는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준선 의원은 “손학규 대표까지 나서고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협조했으니 우리도 적격·부적격을 떠나 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협조해줘서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조 후보자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 없고,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다음번 본회의인 10월10일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은 민주당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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