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유세 안할 수도 없고, 돕자니 ‘득보다 실’ 우려 -

한나라당 한 친박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59)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이같이 말했다. 시장선거를 안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 후보가 나경원 최고위원(48)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럽다는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이 “나 최고위원을 지원할 것인가”라고 묻자 “오늘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무상급식 등 복지 이슈의) 당론이 정리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한 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친박계는 요즘 선거 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 서울시장 자리는 중요하고, “지면 또 책임론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도울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해야 한다”(친박계 핵심 의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이미 ‘선 복지당론, 후 지원유세’라는 ‘레일’을 깔았고, 나 최고위원도 당론을 따르겠다며 레일에 올라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우려 목소리도 적잖다. 선거 과정에서 복지 이슈가 쟁점이 돼 혹시라도 박 전 대표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대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나 최고위원과 같이 유세를 다니면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올드’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는 지원 방식을 고민 중이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면 백의종군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은 “꼭 후보와 손을 잡고 같이 돌아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부산 동구청장 선거도 중요하니까 갈 가능성이 있다”며 “돕는다면 흉내만 낸다는 소리를 들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선거 지원을 할지, 한다면 그 방식과 강도를 어떻게 할지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