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5일 사퇴 의사를 접고 대표직에 복귀함에 따라 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은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당 안팎에선 안도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손 대표의 정치적 미래엔 암운이 드리워졌다.

만장일치 의총 결론에 사퇴 철회 이날 아침 8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 65명 전원이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은 곧바로 경기도 분당의 손학규 대표 자택을 찾아 의총에서 모인 뜻을 전달하며 사퇴를 거듭 만류했다.

정 사무총장은 “사퇴한 충정은 이해하지만, 대표직 승계 등 여러 문제가 생겨 서울시장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손 대표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의총에서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가 만장일치로 결의된 당론까지 거스르는 것은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거대한 물결 같은 변화 요구 수용해야’ 손 대표는 오후 3시30분 국회 대표실에서 사퇴를 철회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10월3일 경선장에 유모차 밀고 가족과 함께 밀려오는 시민들의 물결은 바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었다”며 “민주당은 이런 변화의 요구를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고 시대 흐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측근들에겐 자신의 대표직 사퇴가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손 대표가 주목한 지점은 ‘민주당 강화’였다. 손 대표는 전날 측근들에게 “따지고 보면 나도 외부에서 영입된 존재지만, 민주당이 외부 인사로만 후보를 내야 하는 현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야권 후보라고 해도 외부 후보라고 선을 긋고 바라보는 시각이다.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는 제1야당’이란 비아냥 섞인 보수 쪽의 프레임에 갇힌 논리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그간 대통합을 위해 민주당의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 손 대표의 발언과 일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비판론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당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민생·평화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바로 민주당이다. 모든 서민과 중산층의 꿈이 바로 민주당이 품어야 할 더 큰 민주당이다”라고 말했다. 안팎의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학규의 정치적 미래는? 어쨌든 손 대표는 리더십에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 한 원외 지구당 위원장은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복귀를 의결했으니 손 대표가 일종의 재신임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손 대표의 사퇴를 만류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측면이 크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당 대표 복귀로 의견을 모은 것은 당이 극한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쪽 한 관계자도 “복귀는 다행이지만 서울시장 선거 대책위원회를 벌써 구성했어야 하는데, 민주당 문제로 이틀을 그냥 보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가 이번 사퇴 파동에서 또다시 드러낸 ‘즉흥적 리더십’도 대선을 바라보는 그로선 넘어서야 할 숙제로 쌓였다.

손 대표는 박원순 후보를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뛸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가 좋으면 그가 이번 사퇴 파동에서 겪은 상처도 상당히 아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손 대표는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경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이미 이야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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