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내놓을 복지 당론이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을 위한 '레일'이자 나경원 후보의 '방패막이' 등 선거용 맞춤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이 복지당론을 위한 TF안을 6일 발표한다. 당장 선거에 이슈가 될 '보육'과 '급식' 분야는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만 다른 분야는 총론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복지정책 태스크포스(TF)는 지난 4일 지자체별 사정에 따라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제시하기로 했다. 최고위는 이를 지도부 의견으로 확정해 의원총회에 넘겨 당론으로 최종 채택할 방침이다.

복지 분야에 관한 당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던 친박계는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오세훈 전 시장과 함께 무상급식에 반대해왔던 나 후보 입장에서는 당론을 따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입장이 바뀐 데 대한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됐다.

홍사덕 의원은 이를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있는 레일이 깔린 것"이라 비유하면서 "나 후보가 오 전 시장과 함께 무상급식을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이라는 같은 깃발 아래 서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일종의 알리바이처럼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명색은 '한나라당의 복지 당론'을 위한 TF안이지만 급식과 보육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나머지 분야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복지 분야가 워낙 광범위하고 재원 대책도 정밀히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무리"라면서 "우선 총론적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차례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급식 분야가 나 후보 입장 변화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면, 보육 분야는 '생활공감'을 정책 모토로 하는 '나경원 공약'의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TF안이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레일깔기 작업'으로 추진됐던 것까지 고려하면, 집권여당의 첫 복지 비전이 '선거용'으로 제작된 셈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번 TF안은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 용에만 머무르지 말고 총·대선까지 가져갈 한나라당의 비전을 담아야 한다"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부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복지법의 당론 채택 추진'을 지시하고 사석에서 "박 전 대표가 나올 수 있게 준비를 다 해놨다"고 말하는 등 TF안은 선거용이 된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복지 당론 정리와 함께 선대위 인선 작업을 전날 마무리하고 이날 출범식을 가진다. 원희룡·권영세·박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친박계 이성헌 의원과 친이계 진영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각각 맡는다. 앞서 이석연 변호사를 여권 시민후보로 추대했던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가 한때 선대본부장에 함께 거론됐지만 지원하는 형태로 선대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