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59)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정당정치와 시민정치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장외 대결이 점화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9일 재·보선 지원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민운동장에서 열린 ‘달성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이제 국민의 고통 해결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가 할 일은 주인인 국민이 고통받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정치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여러분이 피부로 느끼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해볼 일들이 참 많다”며 “나도 참 고민이 많은데 오늘 정치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행사장에서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와 잠시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표가 강조한 말은 “정치가 부족했다”는 것과 “국민 고통 해결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두 축이다. 자성과 변화가 그의 선거 행보 메시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원장의 박원순 후보(55) 지지 발언도 나날이 구체적이고 강해지고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씨(47)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 후보를 지원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요청을 해오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박 후보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하죠”라고 분명히 답했다.

안 원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일을 책임져야 하고 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이 나설 것이라고 본다”며 ‘박 후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심판론을 강조한 것이다.

안 원장은 한나라당이 박 후보의 병역·재산 문제를 공격하는 것을 두고 “제가 서울시장을 고민할 때 시민들의 반응이나 열망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서로 흠집내기 경쟁을 하는 것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것을 시민들이 바라겠느냐.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나’라는 물음에는 “그걸 왜 부담스러워해야 하나”라며 굳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가 오는 13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선거 행보를 본격화하고 안 원장도 직간접적으로 가세할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는 ‘박근혜·나경원 대 안철수·박원순’ 팀이 맞붙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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