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각종 경제지표나 복지지표가 높다 해도 국민들이 행복을 체감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요즘 세계 각국이 큰 관심을 갖고 경쟁적으로 높이려는 것이 바로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대 경제대국이지만,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68위, 참 초라하고 민망할 정도이다. 더구나 소위 선진국모임이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라는 불명예 기록 보유국이기도 하다.

반면 히말라야 산맥 기슭 은둔의 왕국 ‘부탄’이라는 나라는 아주 특이한 경우이다. 물질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가난한 나라지만, 정신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문화와 깨끗한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다. 게다가 경제분배가 공정한 편이고, 사회복지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당연히 국민행복지수는 구미 선진국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민 100명 중 무려 97명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니 ‘샹그릴라’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행복한 나라’ 부탄과 ‘불행한 나라’ 대한민국의 전통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색동저고리, 제기차기, 성황당, 곰호랑이 숭배 등등... 유사점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철저한 경로풍습이다. 부탄에서는 여전히 노인들을 엄격히 존대하고 연장자의 경륜을 예우하는 미풍양속이 살아있다. 그런 아름다운 경로풍습이야말로 사회를 통합하고 더 나아가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원동력으로 기능한다. 나이 들어 공경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든 돌아가는 보편적인 혜택이자 행복이다.

사실 급격한 근대화의 와중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숱한 전통문화가 사라졌거나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분명코 경로풍습만큼은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경로풍습은 고유의 미풍양속이며, 부탄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대한민국의 노인층, 어르신들은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분들이다. 경로풍습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범국가적이고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