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뜨거운 조국애 고헌 박상진 의사의 불꽃같은 삶 -

한국 창작오페라의 보급과 발전에 힘쓰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장 김신길)가 올해는 두 편의 창작오페라를 선보인다. 그 첫 번째 작품 <고헌예찬>이 19 ~ 20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대한광복회 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오페라다. 일제강점기 판사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독립운동가의 길을 선택하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가 극 속에 녹아들어 있다.

만주와 조선을 오가며 곡물점을 운영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악덕 지주를 처단하는 항일독립운동의 활약상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박 의사는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머니의 장례식을 찾았다가 결국 일경에 붙잡혀 대구형무소에서 불꽃같은 생을 마감한다.

다이내믹한 무대와 장중한 음악을 배경으로 감동 스토리가 펼쳐지며, 극 중에는 박 의사 뿐만 아니라 그 시대 독립 운동가들이 대거 등장해 역사적 사실에 교훈을 더했다. 우리말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아리아 선율이 귀에 쏙쏙 들어와 자녀들과 함께 관람해도 좋다.

한국에서 창작오페라가 3회 이상 공연 된 경우가 드물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재정적인 지원이 꾸준히 뒷받침 돼야 하며 더불어 관객들의 호응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오페라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4회째 공연하는 <고헌예찬>은 2008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몇 차례나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쳤으며, 대중적인 아리아 선율로 편곡해 어렵고 지루한 창작 오페라의 한계를 극복, 공연을 거듭할수록 수준 높은 작품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창작음악상인 ‘제27회 대한민국작곡상’을 수상한 김봉호 교수가 작곡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윤대성 교수가 극작했다. 계명아트센터 김완준 관장이 예술총감독을 맡고 연출가 정갑균, 지휘자 이일구가 함께 참여했으며, 김남두, 김도형, 류진교, 김방술 등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박상진은 의병운동을 일으켰다가 붙잡혀 사형집행을 앞둔 스승 허위를 만난다. 허위는 박상진에게 신문물을 익혀 조국과 민족을 이끌어가라는 유언을 남긴 후 사형을 당한다. 박상진은 스승 허위의 유언을 따라 학업에 매진한다.

그러나 경성에 가서 공부를 마치고 판사가 된 박상진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소식을 전해 듣고 일본의 판사가 된 것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 박상진은 일본의 법대로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의 자리를 과감히 버리고, 본격적인 독립운동의 길에 들어선다.

독립운동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진 박상진은 동지들을 모아 끝까지 일본에 저항해 독립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반드시 조선의 독립과 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귀향을 결심한다.

일본형사 오카다는 게이샤 아끼꼬를 이용해 박상진에 대한 음모를 꾸미지만 아끼꼬는 박상진의 인간적인 모습과 높은 인품에 반하고 만다. 한편 집에 돌아 온 박상진은 부모님을 설득, 전 재산을 처분하여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한다.

박상진은 전재산을 처분한 돈으로 무기를 확보하고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조선총독 암살을 준비한다. 또한 조직적인 독립운동을 위해 대한광복회를 만든다.

독립을 위한 우선 과제로 오적을 처단하고 세금을 실은 우편마차를 탈취하는데 성공하는 박상진. 오카다는 박상진을 의심하며 칠곡의 친일 부호 이원성을 이용해 박상진을 검거하기 위해 덫을 놓는다. 한편 대한광복회는 많은 희생을 당하지만 결국 이원성을 처단하는데 성공한다.

친일파 이원성은 처단했지만 대한광복회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보고를 받는 박상진. 그는 일제에 쫓기면서도 이전에 실패한 조선총독 암살을 계획한 후 실행에 옮기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박상진은 일제에게 체포될 위험을 무릅쓴 채 어머니의 빈소에 나타난다. 그리고 일본 헌병대 앞에서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눈 박상진은 헌병에게 체포되고, 사형판결을 받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한 죽음을 맞이한다.


대구취재본부 이명복 기자

이명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