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전국적으로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겠고, 당분간 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기가 건조하겠으니, 시설물관리와 화재예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날씨로 접어든 듯 하지만, 위와 같은 일기예보를 접할 때면 긴장감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소방관인가보다.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인 듯하다. 태풍이나 지진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화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이며, 그 피해는 살아남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오는 30일은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에 화재가 발생한지 12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화재는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의 내기에서 비롯되었다.

신나와 석유 중에서 어느 것이 불이 더 잘 붙을지에 대해 언쟁을 벌이던 인부들이 그만 휘발성 유기용제가 가득 차 있던 밀폐된 공간에서 불을 붙인 것이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곧바로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번졌으며, 소방차 15대와 구급차 19대, 소방관 180명, 경찰관 160명이 긴급 출동하여 35분만에 진화에 성공했으나, 결국 10대 청소년 52명이 숨지고 71명의 부상당하는 참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비극을 불러일으킨 화재의 원인이 다른 이유도 아닌 철없는 내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평상 시 화재의 위험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이러한 위험한 내기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52명이 사망하고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도 화재의 위험성을 모르고 불을 너무 함부로 다루다가 생명을 잃는 참극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일례로 지난 7월 인천 부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지른 불로 부부와 아들이 사망하고 딸이 전신 80%화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 또한 홧김에 지른 불이 이런 비극을 불러일으켰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제 찬바람이 불고 대기는 점점 건조해져가고 있다. 조그마한 불씨가 큰 화재로 번지기 쉬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불은 잘 다루면 인간에게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게 해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지만, 잘못 다루면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이다.

12년 전 인현동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불조심’을 우리 가슴속에 다시 한번 되새길 때이다.




김광수 기자

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