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태껏 언제 어디서든 ‘한나라당맨(man)’을 자처해왔다. 필자가 한나라당을 대표할 만한 고위 당직 등을 역임한 거물이어서가 아니다. 당료로서 한나라당의 창당에 참여했고, 당원으로서 한나라당과 고락을 함께했고, 당인으로서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나라당은 필자의 삶과 꿈 그 자체였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을 때는 가슴 벅찬 감격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바른 정치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반듯한 정당이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 필자는 ‘한나라당’이라는 말조차 입 밖에 꺼내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라당은 명색이 집권여당이지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고 질시하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여론을 수렴하는 것일 텐데. 한나라당은 무슨 배짱인지 민심을 전혀 살피지 않는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과 중산층을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상처를 후벼 파는 얄미운 짓을 예사로 자행한다.

선거에서 참패할 때마다 반성이니 쇄신이니 들먹이며 약속을 남발하지만, 매번 공수표일 뿐이다. 민심무마용으로 어쩌다 내놓는 정책이라는 것은 하나같이 야당 흉내 내는 ‘짝퉁’상품이다.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신의도 정체성도 찾아보기 힘든 ‘당 아닌 당’이 바로 지금의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진 집권여당이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정당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실패는 곧 우리 정치의 실패로 직결되고, 국가적 부담이 될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또 반성이니 쇄신이니 논란이 한창이다. 필자는 한나라당이 다시 사는 길은 오직 하나, ‘천막당사’ 초심을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의 존망이 걸린 그 당시 절박한 심정으로 돌아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진정으로 쇄신해야 한다. 민생’을 돌보는 정당, ‘화합’을 이루는 정당, ‘미래’를 열어가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다시 ‘한나라당맨’을 떳떳하게 자처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