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날 아침 출근길에 금오산이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절로 아~!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자동차는 바로 금오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목요일 아침이라 대형주차장은 텅 비어있었고 마치 주차장 주인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를 마구 다니며 가장 멋있게 금오산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주차장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바로 12월 첫째날 눈으로 덮인 금오산의 정기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전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 그렇게 가슴 벅차게 했던 금오산의 설경은 어느새 다 녹아 이젠 그냥 여느 산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시대흐름에 따라 산천이 변하듯 우리 인간도 그런 것 같다. 문득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면 십대 이십대의 관심사는 온통 나뿐이었다면, 삼십 사십대에는 일에 몰입해 있었고, 오십대에 들어서서야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계절 따라 바뀌는 주변에 요즘 관심을 가지면서 가끔 지나가다 우리 인간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면 신기할 뿐이다. 나무에게 눈과 입이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할까?

벌써 20년 넘게 가까이에서 보는 금오산이지만 올 겨울은 금오산의 설경으로 시작하면서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느낀다.

흔히 12월을 한해의 마무리를 하는 마지막 달이라 하지만 2011년 12월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달이었으면 좋겠다.


최윤희 / 논설위원 (1대학교수)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