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을 맞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의 대국민 기자회견은 정말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당 경선과정에서 한 대표가 대표직을 맡게 되길 바랬던 만큼 더 실망스러웠다.

취임 이후 민주당이 제대로 하는게 뭐냐는 국민들의 실망어린 목소리가 나올때도 저는 '좀 더 기다려주지, 얼마나 정신이 없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개혁이라고 하는게 막상 하려고 보면 기존 구습을 떨치기 쉽지 않아서 분위기 파악할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니까요.

서문이 길어졌지만, 그 한달이 지나고 이제 당에 대한 기본 파악도 끝났고, 한명숙 체제가 된 당 조직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하니 본격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대표 당선될 때 가장 강조했던 정권교체를 향해 나설 것으로 생각했다. "야권연대를 꼭 하겠다. 다양한 방법을 열어놓고 대화하겠다"라고 말한 당선 직후 일성이 기억난다. 그래서 야권연대 해서 정권교체 하겠다고 국민이 목소리에 화답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기자회견을 끝내고 나와 야권연대 어쩔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라고만 답했다. 이거 뭐하자는 건가 생각이 들더군요. 야권연대 대신 뛰어든 것은 '내각 총사퇴'였다. 반MB의 목소리를 키우기만 하면 무조건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준다고 생각하는건가 싶었다.

물론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공천 일정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진정성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 한 대표도, 임종석 사무총장도 하겠다, 우리는 절실하다는 이야기만 하고있다. 그러나 협상 책임자 조차 없다. 온통 공천과 김두관 도지사, 박원순 시장을 영입하는데만 마음이 가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의 총선전략에 야권연대는 몇번째 순위에 있는건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총선 일정을 고려할때 이번주가 지나가면 사실상 야권연대는 물건너 간다고 봐야한다. 후보등록을 하기 전에 후보단일화를 하려면 공천이 확정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해야한다.

국민경선으로 지역구 후보를 뽑아놓고 야권단일화를 하겠다고 하면 뽑힌 후보들이 조용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막판에 닥쳐서야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하면 진보당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민주당에게 양보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간 야권연대가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이 우세할 것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자기의 금뱃지를 포기하고 양보를 할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나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진보당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진보당 내부에서 정리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이야기만 할 뿐 민주당이 뭘 얼마나 어떻게 협상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이정희 대표는 손석희 시선집중에서 '책임 떠넘기기'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파트너인 진보당의 대표가 '대표 긴급 회동'을 제안했는데 이렇다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고 본다.

연대의 대상에 대한 배려 없이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면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좋은 감정으로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민주당이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야권연대를 당내 제1의 과제로 삼고 나서주길 바란다.


김형곤 / 기자

김형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