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 주변에 생긴 싱크홀(웅덩이·Sinkhole)에 빠져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서부경찰서와 숨진 A (50) 씨가 일하던 중국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구의 한 중국집 배달원이던 A씨는 18일 오후 3시10분쯤 한 아파트 가정집에 세트 메뉴를 배달하기위해 오토바이를 몰다 싱크홀에 빠져 숨졌다.

A씨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헬멧을 쓴 채로 머리가 그대로 흙 속에 파묻혀 질식해 숨진 것이다. 몸은 밖에 나와 있던 상태라 의식만 있었다면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오고 있다.

A씨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중국에 유학 간 자녀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배달일에 나섰다는 점이다. A씨는 오래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으로 명예퇴직을 한 뒤 유통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이 크게 실패하자 신용불량자가 됐고 마땅히 일할 곳이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A씨는 세 자녀 중에 두 명이 중국에 유학을 간 대학생이기에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야 됐다. 결국 A씨는 지난해 초 서구의 한 중국집에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배달일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성실히 일을 한 A씨는 14일 배달 일을 그만뒀다.

배달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덕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관련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장 할 일이 없어 취업할 때까지 주말에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18일이 아르바이트 둘째 날이었다. 당시 배달 장소는 싱크홀이 생긴 도로를 지나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동료 B씨는 "A씨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졸업을 시키겠다며 배달일을 1년 넘게 했다"며 "A씨 별명은 '거북이'였다. 항상 교통 신호를 지키고 안전 속도로 배달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에서 A씨가 관계자의 통제를 뚫었다는 둥 역주행을 했다는 둥 황당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으나 A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천 / 이태원 기자

이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