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오후 천안을 가기위해 한적한 외각도로를 따라 도착한 KTX김천.구미역은 들판 한복판에 외롭게 우뚝 서 있었다.

역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이라고는 매표소에 보이는 직원 2명과 편의점에 일하는 한명 뿐. 실내에는 언젠가 김천혁신도시 안으로 이전하여 올 각 기관 조감도가 이젤 위에 전시되어 그나마 썰렁한 공간을 채워주는 듯 했다.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 플랫폼으로 올라가자 잠시 걸음을 주춤하며 주위를 살피게 했다. 기차가 도착하려면 십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아무도 없이 홀로 있어야 하는 플랫폼은 불편하기만 했다.

김천과 구미에는 역이 3곳이나 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서는 역이 김천과 구미 시내에 각각 있고 KTX는 별도의 역이 김천에 위치해 있지만 역명은 정치인들의 기 싸움 끝에 김천.구미역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세 곳의 역 모두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철도 고객인 지역민들의 의중과 편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텅 빈 들판에 접근성이 불편한 적막한 역을 만든 건 과연 김천시민과 구미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할수는 없을것이다.

얼마 있으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도 운행이 중단된다는데 그럼 김천과 구미 시내에 있는 지역민들의 얼과 추억이 담겨있는 역은 어떻게 될것인가. 옛것을 잘 보전하여 활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늘 새것만 추구하는 우리의 현실 또한 안타까울 뿐이다.


최윤희 / 논설위원 (구미대학 교수)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