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접어들어 자본주의는 본격적으로 번영을 구가하는 듯 했다. 하지만 불과 수십년만에 대공황이 밀어닥치고 시장경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당대 쌍벽을 이루던 최고의 경제학자 케인즈와 슘페터가 생각하는 진단과 처방은 달랐다. 케인즈는 유효 수요의 부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정부가 공공사업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슘페터는 경기순환의 한 단계로 규정하면서 시장 내부의 창조적 파괴, 즉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 하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케인즈 이론이 미시적이라면 슘페터 이론은 거시적이며, 반세기 가량 케인즈 이론이 득세하다가 그 이후로는 슘페터 이론이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단연 슘페터 이론이 각광을 받고 있다.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에 따른 시장 내부의 혁신이 눈부실 정도라서 더욱 그렇다.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와 맥락을 같이하는 이른바 창조경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 역시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창조경제는 관리보다는 창의, 성과보다는 비전,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 각종 소프트웨어, 지식문화컨텐츠 등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경제이자 윈-윈의 선순환 경제라 할 것이다.

우리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지표로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대한민국이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이라는 3대 파고를 넘기 위해서 말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깊이 신뢰하고 크게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창조경제를 주도할 수 있게끔 도우면 좋겠다. 창조경제의 권위자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말대로 ‘플랫폼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은 승객들이 자동차나 열차를 편리하고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시설물이다.

둘째, 정부는 창조경제의 특성대로 외부와의 제휴, 그리고 아웃소싱을 강화하면 좋겠다. 창조경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전문성과 국정철학을 갖춘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직업공무원들은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고 최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어냈다. 선진국을 본받고 따라잡으려고 민관이 일치단결 노력한 결과였다. 이제부터는 다른 나라의 본이 되고 앞서 가야만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 그 시금석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닌가 싶다.

다시 일치단결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40년전 새마을 운동으로 산업화를 앞당겼듯이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창조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5년 임기내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기반을 닦는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