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며 욕설을 퍼붓는 사내가 있었다. 석가모니는 별별 악다구니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석가모니가 사내에게 말했다.

만약 그대가 물건을 누군가에게 주었는데 받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누구의 것인가?” 의외의 질문에 당황한 사내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야 뭐 도로 내 것이 되겠지...” 석가모니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그대가 늘 나에게 욕설을 퍼붓지만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그 욕설은 결국 누구에게 도로 가겠는가?” 그제서야 사내는 무슨 뜻인지 깨닫고는 부끄러워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

어느 야당 국회의원의 기상천외한 막말로 인해 온 정치권이 아우성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귀태(鬼胎)’ 즉 결코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귀태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극악한 욕설이라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제일야당의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것이라니 더욱 참담하다. 도대체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직 대통령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현직 대통령을 그렇게 싸잡아 저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우리 정치권이 말싸움으로 날밤을 지새운다고 하지만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문제의 국회의원과 소속정당의 지도부는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옳다. 한편 여당 역시 좀 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야당에게 따끔하게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책회의까지 열고 국회일정을 올스톱시키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이참에 여당이 오히려 어른스러운 자세를 견지한다면 편협하고 치졸한 야당과 대비되어 더욱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쇠몽둥이에 솜을 감아서 때려라.” 저명한 통계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이영작 박사는 이렇게 재미있는 비유로 진정한 말싸움을 정의했다. 내용은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되 표현은 부드럽게 절제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석가모니의 일화에서처럼 말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막말을 했다가는 바로 퇴출을 당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막말로 이목을 끌려는 치기조차 허용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욕보일까 경쟁하는 양상이다. 모쪼록 이번 막말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 한층 업데이트되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