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더욱이 통일안보 측면에서는 본받을 점이 너무 많다. 우리처럼 분단국가이던 독일이지만, 이념갈등이나 안보불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저절로 태평성대를 이룬 것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이다.

통일 전에는 이적 위헌단체를 타파하는데 집중한다. 일찍이 1964년 서독의 정치권은 여야가 힘을 합쳐 사회단체규제법을 제정한다. 그리하여 극우든 극좌든 국가정체성을 해치는 단체에는 모조리 철퇴를 가한다.

단체를 해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산을 몰수하고 관계자를 자격정지 시킨다. 내란죄, 간첩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엄벌한다. 심지어 공직 채용시 엄격하게 헌법충성도를 심사한다.

통일 후에는 친공 부역자들을 몰아내는데 집중한다. 특히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이자 공산당 전위조직인 슈타지(STASI)에 부역한 자들을 색출한다. 그러자 동독 지역 뿐만 아니라 서독 지역에서도 슈타지와 내통한 자들이 수 없이 드러난다.

서독 여당의 원내총무, 통일부 장관, 총리 보좌관 등 정계를 비롯 재계, 노동계, 종교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암약한 간첩들이 민낯을 드러낸다. 그들은 저마다 평화운동, 반미반전운동을 자처해온 터이다. 마침내 친공 부역자들은 공직에서 추방되고, 처벌받고, 연금혜택까지 박탈된다.

현재진행형인 ‘이석기 사태’는 얼마나 대한민국이 모래성처럼 취약한 나라인지 보여준다. 엄연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석기 같은 자가 버젓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버젓이 정당을 이루고 국회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는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적 위헌단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독일처럼 이적 위헌단체는 판결되는 대로 즉각 해산하고 재산몰수, 관계자 자격정지 등 실질적으로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기존의 국가보안법을 보강하든지, 아니면 별도의 법을 만들든지 시급한 일이다. 여야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