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한때 잘나가던 신흥경제국 브릭스(BRICs)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지금 브라질은 덩치만 크지 골골 신음하는 병약한 나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잘못된 연금제도이다.

재정상황을 무시한 과도한 연금 지급이 성장기반을 통째로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연금적자가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십수년간 그런 연금제도를 제대로 개혁하지 않고 버텼으니 오죽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의 사정은 브라질보다 결코 낫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연금제도는 20년전 ‘퍼주기식’ 그대로이다. 납입자는 적고, 수령자는 많다. 납입액은 적고, 수령액은 많다. 그러니 국민연금이 얼마잖아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꾸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혈세를 퍼부어야 할 판이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연금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고질적인 적자병으로 망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은 모조리 국민연금에 통합시켜야 마땅하다. 이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애국심을 발휘해야 옳지 않은가?

연금제도 개혁은 세계적인 아젠다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브라질 꼴이 되고 만다. 연금제도 개혁은 여.야를 떠나 초당파적인 국정과제이다. 만약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아주 치사하고 비겁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구미 선진국에서는 여.야가 힘을 합쳐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국회가 나서야 한다. 여.야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개혁 법안을 성안해야 한다. 그렇게 서둘러도 될지 안 될지 모를 정도로 화급한 상태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