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삼철 부여군청 공무원

한 달 전 여성가족부에서 한통의 우편물이 배달되어 식탁위에 놓여 있었다. 국가 시책을 홍보하는 우편물인지 알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다가 공직 생활을 하는 필자로서는 보지 않을 수 없어 우편물을 개봉해 보았다. 보는 순간 놀라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성범죄자가 우리 집에 살고있는 것으로 기재가 되어있는 '성범죄자 우편물 고지서' 였다. 남이 보면 성범죄자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편물을 받고 필자는 여성가족부에 강력히 항의를 했다.

우편물에 기재되어 있는 성범죄자는 A아파트에 거주 한 적도 없고 누나라고 하는 사람도 살고 있지 않다고 여성가족부 담당자에게 정정하여 줄 것을 수차 요구 하였으나 아직도 시정이 안 되고 있다. '성 범죄자 우편 고지서'에 의하여 읍, 면, 동, 아동 청소년을 둔 세대에 발송 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아마 필자가 살고 있는 부여읍 2만여 세대에는 전부 다 발송 되었다고 판단이 된다. 우리 아파트는 주위에 초등학교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가 있어 부여 읍에서 손꼽히는 아파트밀집지역이며, 특히 여자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어 입주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아파트이다. 주위에 주공 아파트 등 1천5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특히 백제왕도 부여의 한적한 고도에서 느끼는 평안함은 물론 주거지로는 최고의 요지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이름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성 범죄자가 우리 집에 거주 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공직자인 아빠나 교직 생활을 하는 엄마는 이웃들과 친분이 있으니 별 문제가 없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받는 충격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 이야기가 학교에 가면 너희 집 이사 안 가냐고 물어 본다고 한다.

그리고 앞집, 같은 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아무리 피해를 예방하는 제도라 하더라도 이런 우편물을 발송 할 때는 한번쯤 그 주소지의 세대에 확인 후 우편물을 발송하면 우리가족처럼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거주지 확인은 관할 경찰서에서 하게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한통의 우편물로 인하여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만약에 성 범죄자가 여성가족부 장관 주소에 살고 있다고 진술하면 장관 관사로 우편물을 발송 할 것인가?

우편물이 행정 착오로 잘못 배송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다, 단지 부여 읍에 청소년을 둔 세대에 잘못 발송되어 불안해하는 사람들과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사람이 부여에 살고 있지 않다고 정정해서 보내줘야 하는 게 당연 하다고 생각 된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다. 하루 빨리 시정해 주는 게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본인도 20여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잘 할 수도 있고 잘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공직자들의 자세가 아닌가. 잘못된 사실 관계로 비롯된 일 누구를 탓 하겠는가.

그러나 누구의 잘못을 떠나 여성가족부에서 우편물을 발송 하였으니 여성가족부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 후 정정 우편물이나 사과문을 발송하는 것이 본인이 볼 때는 맞다고 본다.

최근 종영한 왕가네 식구들의 가훈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는 가훈이 생각난다. 왕가네 일가족이 우여 곡절을 겪으며 살아 가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때 왕가네 식구들의 마지막 행복 이었다. 여성가족부에는 왕가네 식구들의 "입장 바꿔 생각해 봐 "가 절실한 것 같다.


이삼철 / 부여군청

이삼철 부여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