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극도로 혐오한 것이 바로 ‘향원’(鄕原)이다. 향원이란 도덕과 양심은 전혀 없는데도, 고을에서 그런대로 꽤 괜찮은 평가를 받는 부류의 인물군이다. 겉으로는 신의가 있는 척 청렴한 척 위장하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탐욕스럽게 잇속만 챙기는데, 혈연, 학연, 지연 등 연고에 따른 배타적 특혜를 누리기 위해 혈안이다. 공자는 아예 향원을 ‘도덕의 적’이라고 규정한다.

세월호 참사사고로 온 나라가 공황상태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어린 학생들을 수도 없이 비명에 보내면서 과연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자 않나 자괴감마저 든다. 선장과 선원은 승객과 배를 버려두고 제일 먼저 도망친다.구미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업주는 이득을 남기려고 갖가지 위법 탈법을 주저하지 않는다. 윤리의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도 신실한 종교인을 자처한다. 감독기관은 무사안일 방조한다. 무슨 ‘마피아’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끼리끼리 기득권을 유지하는데만 관심을 둘 뿐이다.

정작 필요한 공복의식이라고는 없다. 이러니 참사사고는 예고된 것이고, 사고가 터지자 주먹구구 우왕좌왕 대응은 불문가지이다. 국가 제일의 존재이유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낙제점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도덕과 양심이다. 그런데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도덕과 양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공자가 지칭한 향원은 득실득실 많다. 하지만 진정한 선비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위 스펙 화려한 ‘난 사람’은 많지만, 고결한 인품을 갖춘 ‘된 사람’은 드물다. 압축성장 시대를 거치면서 출세지상주의, 성공지상주의, 결과지상주의가 낳은 자화상이다. 대통령이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조각에 버금가는 대폭 개각을 한다는 소식이다. 부디 이번만은 향원이 아닌 진정한 선비를 중용하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