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에게 제자 자공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공자는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 세 가지라고 답변합니다.

군대와 식량을 충실히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합니다.

자공은 그러면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공자는 족병보다는 족식이 중요하고 족식보다는 민신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아무리 군대가 많아도 먹여 살릴 식량이 없으면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식량이 풍족하다고 해도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그 나라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2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느낀 바가 큽니다.

무엇보다 2500년 전 공자가 규정한 정치의 의미가 지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외교안보(兵)도 중요하고 민생경제(食)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민신뢰(信)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입니다. 집권여당 한나라당이 참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국민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나라당의 국정성적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집권하자마자 경제위기가 불어 닥쳤지만, 끈기 있게 잘 극복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안보위기를 맞았지만, 단호한 수습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셨을까요? 어렵고 힘든 서민과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한 측면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천안함 사태 와중에는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어루만져드리지 못했습니다.

당내 화합도 못하면서 야당에게는 갈등과 분열을 일삼는 세력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국민들 눈에는 충분히 지나친 독선, 독주로 비쳐졌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결과가 한나라당에게는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들이 주신 질책의 뜻을 잘 헤아려서 심기일전 분발한다면 말입니다. 국민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시 집권할 수 없음을 깨닫고 뼈저리게 반성한다면 말입니다. 정답은 ‘소통’과 ‘쇄신’입니다.

국민들과 잘 소통해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잘 받들어야 합니다. 그간의 인사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쇄신해야 합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인사와 정책을 계속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민심은 바다와 같다고 합니다.

배를 띄워주기도 하지만, 능히 뒤엎기도 합니다. 집권여당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잘 실천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 한나라당 안성시위원장/ 현 여의도 연구소 연구위원/cnb국회방송 논설위원 안 상정

안상정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