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은 주군 유비가 죽자 더욱 심기일전해서 북벌을 감행한다. 위나라는 사마의를 앞세워 방어에 안간힘을 쓰지만, 크고 작은 전투에서 번번이 패배한다. 승세를 탄 제갈량은 중요한 보급기지인 ‘가정’의 수비를 아끼던 마속에게 맡기고 총공격에 나선다. 그런데 아뿔싸! 믿었던 마속은 제 재주를 과신해서인지 제갈량의 지침을 어기고, 결국 가정은 위나라 수중에 떨어지고 만다. 북벌의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제갈량은 어쩔 수 없이 철군을 한다. 그리고 군율에 따라 마속의 목을 베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삼국지에서 유래된 수 많은 고사성어 중에 가장 애용되는 것이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공사(公私)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나 의견에 단골처럼 등장하고는 한다. 아마도 ‘법과 원칙’을 강조할 때 읍참마속만큼 좋은 비유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 고사성어가 자주 인용되는 현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서 말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온갖 위법 탈법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도덕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법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출세하고 지도층으로 행세하는 경우를 쉽사리 목격한다. 가난이 대물림되어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완전히 옛 얘기가 된지 오래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때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산업화, 민주화를 뛰어넘는 선진화의 핵심 가치를 분명하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고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먼저 ‘법과 원칙’이 바로 서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도층이라면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도덕과 양심에 큰 거리낌이 없어야 옳다. 더 나아가 ‘승자독식 강자생존’이라는 무한경쟁의 룰도 바꾸어가야 한다. 노력만 하면 패자도 부활할 수 있고, 약자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진정 ‘공정한 사회’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토대가 확실히 구축되기를 소망해본다.

논설위원/(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안상정

논설위원/안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