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0일간 150여개의 세부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펼쳐지는 2010세계대백제전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아직은 가슴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가 있다.
대백제전 조직위원회 이존관 행사기획과장(50)이 그다.

충남도 소속 공무원으로서, 지난 2008년 2월 조직위로 파견돼 3년 가까이 일해 온 조직위 ‘최장수’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복잡한 프로그램 운영 책임자로서의 중압감 측면이 더 강하다.

본래 대백제전이 전시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프로그램 위주의 축전 성격이 짙어 프로그램은 곧 행사의 생명과도 같다.

하루에만도 많게는 20여개에 이른다. 지역도 부여, 공주 등으로 9개 행사존에 걸쳐있으며, 시간대도 온 종일은 물론 야간 프로그램도 30%에 이른다.

조직위 내부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획통임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돌려야 하는 책임자 입장임을 감안하면 그의 고심이 어느 정도일지 이해가 간다. 실제로 행사개막이 임박한 이후로 몸무게가 4kg은 빠졌다고 했다.

행사가 종반에 다가올수록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행사의 성공개최라고 하는 일반의 평가와는 별개로,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것부터. 행사 마무리에 앞서 그에게 몇 마디 소회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 이번 축제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전반을 자체 평가한다면?
“공주 고마나루 「웅진성의 하루」나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 등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잘 되고 있습니다. 만족할 수준입니다. 일부 시군 프로그램에서 미흡한 면도 발견되고, 야간에 날씨가 다소 쌀쌀해져 관람객들께서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 프로그램 기획 책임자로서 가장 아쉬움이 드는 것이라면?
“개막 3개월여를 앞두고 주행사장 일부인 왕흥사지 행사존의 틀이 깨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백제왕궁과 구드래 축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중간지대인데, 문화재위원회 결정 등의 영향으로 변형된 점이 그것입니다. 다분히, 4대강 살리기사업이라고 하는 예민한 부분과 맞물린 측면도 배제할 수 없을 것같고, 수긍도 갑니다.”

▲ 3년 가까이 조직위에서 근무한, 거의 축제 전문가이신데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면?
“가까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가 아니라, 수상공연장 조성과정에서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일이 아닐까 합니다. 겨우 해결되자 이번에는 폭우와 강풍, 태풍까지 몰아치며 무대 설치를 어렵게 했던 일은 일생 잊을 수 없을 것같고요. 그 다음이라면, 공주 행사장의 야간 개장 문제를 둘러싼 해결접점을 찾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행사장이 분산돼 프로그램 기회에 어려움이 보통이 아니었을텐데...
“맞습니다. 프로그램 기획도 말할 것 없었고, 제 분야는 아니지만 개막 이후에는 행사장 운영도 그렇구요. 이후에 다시 한다면, 소제와 대제 식으로 공주 부여 양 지역을 번갈아 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싶네요. 예산도 그렇고, 관람객 집계도 그렇구요... 관람객들이 아무리 많이 오셔도 분산돼 있다 보니 그 많은 것을 체감 못하는 식이거든요. 앞으로는, 큰 틀에서 양 시군이 합의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프로그램 기획통으로서 향후 대백제전을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대백제전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와도 같은 것이니까요.”

충남취재본부/임춘형 기자

임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