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가 드디어 상주에서 막을 올렸다. 대회 유치에서부터 각종 예산수립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상주대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약 3주 전에 통역봉사단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선수와 임원 환영회,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는 개막식에 갔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의정활동 중에 상주대회에 대해 좀 더 바람직한 대안을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죄스럽기만 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3월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확정으로 떠들썩하던 바로 그때 상주에 무슨 세계대회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해 연말 의회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상주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겨우 1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석하는 대회로 승마관련 시설이 전무한 상주에 대회 개최를 위한 각종 시설건설에만 2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필요로 했다. 게다가 문광부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대회로 국가예산지원도 난항을 격고 있음을 확인했다.

급변하는 국민들의 다양한 레크레이션 문화와 여가선용으로 일부 소수에게는 승마도 손꼽힐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런 막대한 혈세를 들여 시설을 갖추고 유지해야하는지 회의적이었다. 결국 이러한 점들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적되면서 우리 상임위에서는 국비지원을 받는 조건하에 도비지원을 허락했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 상주는 대회준비로 분주했고 도의회에서는 현지 확인까지 나갔다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그동안 대회유치에서부터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준비해 오던 시장과 도의원은 모두 바뀌어버렸다.

단순하게 외국에서 온 선수와 임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에 환영회에 갔으나 국제대학생스포츠연맹 임원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중 대회준비로 4번이나 상주를 방문하면서 전 시장과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며 갑작스런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아예 전직 시장이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의아한 듯 했다.

외국에서는 전직과 현직이 함께 행사장에 나타나서 서로 격려해 주는 것을 보지만 우리나라는 전직을 칭찬하는 현직은 거의 보기가 드문 경우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정말 난감했다.

개막식 역시 모든 것은 현직위주와 의전에 얽매인 행사로 전전했다. 국제대학생스포츠연맹 임원대표가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정중하게 도지사에게 개회선언을 부탁했으나 대한민국식 의전은 주최 측의 요구조차 무시한 채 문광부장관이 나가서 당당하게 개회선언을 했다.

가을 정취를 듬뿍 담은 행사장 주변은 손님맞이준비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관람객들은 상주에서 버스로 동원된 지역민들 같았다. 경기장내 관람석에는 경상북도 기관 단체장들은 모두 모인 듯 했다. 19개국에서 온 100여명 되는 대학생들의 행사에 모두들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지역 국회의원은 개회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장 입구 길목에 서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악수하기에 급급했다.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는 대학생들의 잔치다. 각 기관 단체장들이 아닌 지역의 대학생들과 대학관계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대학생들의 잔치에 방송사 MC까지 동원되어 사회를 맡고 최근 거의 모든 행사장에 나타나는 키 크고 늘씬한 도우미들의 역할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면 단상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하는 척 하고 미소 지으며 예쁘게 서 있는 것뿐.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뚜렷한 취지와 목적이 있으며 그에 부합되는 행사를 보기가 참 드문 요즘이다. 무조건 ‘세계’가 붙으면 대단한 것처럼 부풀려지는 우리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주에는 이제 승마경기장, 연습마장, 실내마장 및 부대시설 등 훌륭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4일간 진행되는 이번 대회이후 상주가 승마와 마필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은 물론 자전거 도시에서 승마 도시로 탈바꿈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최윤희 / 논설위원.1대학교수.
한국자유총연맹.중앙여성회장

최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