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느닷없는 세종시발언에 충남 연기군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세종시 입주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오던 학교 측이 입주 철회 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최근 첫마을 분양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원안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던 터라 주민들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주민들은 특히 "고려대가 세종시 원안 추진 단계부터 세종시 캠퍼스 건설을 약속해왔다"면서 고려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따르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정배 이사장은 이달 초 대학 학보인 고대신문 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세종시 입주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세종시 건설계획이 달라지면서 캠퍼스 부지 비용이나 제공 면적, 투자 혜택 등이 크게 달라졌다"고 강조한 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세종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차라리 그 돈을 세종캠퍼스(조치원)에 투자하는 편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지난 6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학교 측의 구체적 입장 표명이 없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종시 입주 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던 고려대가 수정안 부결로 각종 혜택이 사라지자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수정안에 따라 3.3㎡당 30만~40만원대에 제공받기로 했던 부지는 지금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정대로 캠퍼스 40만평을 매입할 경우 건축비 등을 포함해 1조원대의 예산이 필요하다.
학교 관계자는 "변화된 상황에서 세종시 입주에 따른 여러 변수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하지만 세종시의 발전과 대학의 상생을 위해 부지 가격 등 협상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학교 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종시 원안 추진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행정도시 정상추진 충청권공동대책위 홍석하 사무처장은 "고려대는 세종시 건설 초창기부터 세종시 입주를 희망했던 많은 지역대학들을 대신해 정부와 세종시에 캠퍼스 건설을 약속했다"며 "이제 와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태도는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충남취재본부 임춘형 기자

임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