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3시 계양구청 뒤편 문화의 거리.
나이트·노래클럽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현란한 네온사인 조명으로 눈이 부셨다.
구청 쪽은 가로등·화단 조명·전광판 등이 최소한으로 켜져 있었지만 길 하나를 두고 건너편 유흥가는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같은 시간, 술집이 밀집한 부평 문화의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한 시민들은 "2차"를 외치며 환하게 비추는 유흥업소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한 유흥주점 사장은 "새벽은 손님들이 가장 몰리는 시간인데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광고판을 끄라고 하면 장사를 접으라는 뜻"이라며 "인천의 모든 유흥업소가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이상 자진해서 끌 생각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하루 전 5일 새벽 2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도 간판불을 끈 유흥업소는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바깥에 내건 간판은 물론 거리에 세운 간판들도 모두 환히 불을 켜고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주변 백화점 두 곳과 영화관·마트 건물이 밤 8시에 맞춰 불을 끈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같은 시간 인천 남구 주안 2030거리, 유흥업소들은 건물 밖 조명을 켜놓은 채 성업중이었다.
일부 호객꾼들은 번쩍이는 간판 아래에서 오가는 취객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근 유흥업소 직원 A씨는 근처 손님을 잡아끌다가 "새벽 시간에 만취한 손님을 모으려면 눈에 띄는 간판은 필수"라며 "설사 단속에 걸리더라도 바로 불을 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간석오거리 근처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도 '○○미인크럽', '○○미인촌', '○○미인룸' 등 일대 유흥업소들의 간판은 현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너지 위기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올라갔지만 인천시내 밤 거리와 유흥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공기관과 백화점·대규모점포·자동차판매소·유흥업소·골프장 등에 대해 영업을 하지 않는 늦은 밤 시간에 건물 밖 야간조명을 모두 끄라는 지침을 내렸다.
백화점은 오후 8시, 금융기관은 0시, 유흥업소는 새벽 2시 이후 건물 밖 조명을 꺼야 한다.
시 관계자는 "단속 대상 기관과 업소에 안내문을 나눠줬다. 오는 8일부터 처음 적발한 곳에는 시정 조치하고 두번째부터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 이태원 기자 twlee52@hanmail.net

이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