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의 상부상조 전통은 연원을 찾자면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꽤나 뿌리가 깊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동노동의 형태를 띤 ‘두레’이다. 우리 민족의 오랜 생업인 벼농사 즉 수도작은 농번기가 확연했고, 그 때마다 대규모 협업체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역시 두레의 핵심은 이앙, 관개, 제초, 수확 등 경작 전과정에 걸친 ‘공동노동’이었다. 하지만 두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농악 등의 공동놀이, 두레싸움 등의 공동경기, 두레밥 등의 공동음식 등등 전반적인 우리 농촌문화를 포괄하게 됐던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마침내 이른바 ‘농협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이는 농협이 출범한 1961년 이후 꼭 50년만이고, 농협개혁이 본격 논의된 1993년 이후 무려 18년만의 일이다. 이번 개혁법안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로써 앞으로 농협이 농산물 유통, 판매, 가공 등의 경제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농협이 투자 위주의 경제사업보다는 수익 위주의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신용사업에 열중해왔다는 비판이 있어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개혁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지주회사 방식이 원래 협동조합의 성격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관련자산이 부족한 만큼 경제사업을 활성화할 만한 방안을 미리 확충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걱정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농협이 농업 발전과 농민 권익을 위한 더 좋은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옛날 두레처럼 말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농업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농업이 6차산업으로 불린다고 한다. 6차산업이란 1차산업(농업)의 바탕 위에 2차산업(식품가공업), 3차산업(농산물유통판매업)이 복합된 부가가치가 아주 높은 산업을 일컫는 용어이다. 어디 이뿐인가? 농업은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문화기술(CT) 등 첨단과학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최고의 산업이다. 우리 농협이야말로 이런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현하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농협은 ‘현대판 두레’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의 맥을 잇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농협의 역사적인 새 출발을 축하해마지 않는다.




안상정 논술위원

안상정 논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