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접 접촉(?)을 가진 사실이 본방송<이동근부장>의 취재를 통해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자유선진당 내부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와 여권 핵심 인사의 만남은 4.27 재·보선 직후, 국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과학벨트 문제 등 정치현안 전반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그게 아니라) 이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밀사를 보낸 것”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간접적인 만남이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학벨트가 충청권으로 오지 않을 경우 차기 총선 참패는 물론 대선에서도 보수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는 자유선진당 관계자와 소식통 모두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충남도지사가 당선된 사례를 거론하며 “과학벨트가 분산배치 되거나 타 지역으로 갈 경우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충청권을 석권할 것이고, 이는 결국 보수 세력의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좌파에게 정권을 빼앗기면 어떻게 할 건가. 책임질 수 있나!”라고 호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학벨트가 충청권으로 오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죽도 밥도 안 된다” “우리 당 역시 어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고 소식통은 귀띔했다.

이밖에 이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출마 당시(2002년) 당 대표로서 공천에 역할을 했던 사실을 거론한 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타이르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과학벨트의 입지 변경을 시도했고, 그게 안 되니까 분산배치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학벨트 입지가 충청권으로 결정된 데는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결정적이었겠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설득 노력이 주효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여권 핵심인사가 누구인지, 그 밖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는 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확인을 피했다.

이를 확대 해석해 보자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대 명제를 실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전 대표가 4.27 재·보선 직후와 대표직 사퇴 이후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결국 자유선진당은 물론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유추해 볼 만한 핵심 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전망과 해석을 낳게 만들고 있다.


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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